1997년 미국 영화 연구소 AFI 선정 100대 영화7위에 선정1, 제40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1967년 작품인 졸업(The Graduate)의 마지막 장면 결혼식장 난입-신부 탈취-사랑의 도피 라는 결말은 지금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서 오마주2 되고 있습니다.
당시 미국의 기성세대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젊은 세대의 자아 발견을 ‘졸업’이라는 제목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기성세대에 억압 당하거나 강요되는 삶을 살아서는 안되겠지요, 그렇다고 남의 결혼식장에서 신부를 훔쳐서 달아나는 것은 본인들에게 낭만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신랑과 하객들에게는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주는 행위입니다. 그렇게 좋았으면 결혼식 전에 해결을 봐야겠지요?
오늘 본문에도 신성한 결혼식장에서 결혼이 한참 진행 중인데 한 쪽에서 다른 짓을 하는 백성이 등장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악행 중에서 이것을 가장 대표적인 악행으로 소개합니다. 11절에서 십계명을 “언약의 두 돌판”3이라고 기록합니다. 비록 십계명은 율법이고 명령이지만, 동시에 고대 결혼과 같은 언약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직접 말씀 하시는 하나님이 두려워서 모세에게 중재자가 되어 줄 것을 요구했던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40일간 금식하며 받고 있는 모세를 뒤로하고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 숭배하는 것은 마치 영화 졸업의 마지막 장면 같은 어이없는 일인 것입니다. 하나님의 속상함은 12절에 너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네가 애굽에서 인도하여 낸 네 백성이(암메카) 스스로 부패하여
내가 그들에게 명령한 도를 속히 떠나 자기를 위하여 우상을 부어 만들었느니라
이전에 사용하던 개역성경은 “네 백성”(your people)을 “내 백성”(my people)이라고 잘못 번역 했습니다. 히브리어 암메카는 분명히 “네 백성”이라는 의미입니다. 70 인역(LXX), KJV, NIV, RSV 등 대부분 제대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개역개정 성경도 개역성경을 수정하여 이 부분을 제대로 번역했습니다. 하나님은 지금 계약의 파기를 선언하고 있습니다. 계약 당사자인 이스라엘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위반한 것입니다. 계약서 사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말입니다. 더 이상 하나님의 백성이라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죄의 속성”을 배웁니다. 스스로, 부패하여, 속히 떠나, 자기를 위하여…
마귀가 유혹을 하기는 하지만 결국 본인 “스스로” 결정하여 죄를 행합니다. 그러므로 결코 남을 핑계할 수 없습니다. 또한 죄악은 썩는 것입니다. 그래서 냄새가 납니다. 마치 누룩처럼 발효가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죄는 결국 하나님을 떠나게 합니다. 그것도 매우 빠르게 하나님의 통치권에서 벗어나 스스로 하나님이 되고자 합니다. 스스로 주권자가 되는 것입니다. 자기애(自己愛) 입니다.
하나님은 이것을 한 마디로 “목이 곧은 백성”이라고 말씀 하십니다. 이것은 원래 농부가 말을 안 듣는 소나 노새 등 고집 센 가축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교만하고, 착각하는 목이 뻣뻣한 사람을 말합니다.
현대인들의 고질병 가운데 일명 거북목이라는 질환이 있습니다. 셀폰이나 아이패드를 하루 종일 들여다 보면서 원래는 완만한 C 자 형태의 목이어야 하는데, 그냥 일직선으로 펴진 목 상태가 된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어깨, 허리, 심지어 팔까지도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목이 곧으면, 사람은 죽습니다.
하나님은 모세도 두려워할(19 절) 정도로 분노하시어, 온 이스라엘을 멸하시고 모세로 새로운 민족을 만들려고 하십니다. 모세는 분노하시는 하나님과 진멸 당할 이스라엘 사이에 들어가 중재자의 역할을 감당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중보자의 역할이 등장합니다.
백성에게 가서는 두 돌판을 내던져서 깨뜨립니다. 이것은 하나님과의 계약이 파기 되었음을 상징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모세는 범죄한 그들에게 금송아지를 태워서 녹인 후 갈아서 마시게 합니다.4
쉽게 표현하자면 계약서를 갈기갈기 찢어 버린 후 태워서 그 재를 물에 타서 마시게 한 것입니다. 이것은 우상의 허무함을 이스라엘에게 가르쳐 주는 산 교육이었습니다.
하나님 앞에 가서는 다시 40일간 금식을 시작합니다.5 처음 40일은 율법을 받기 위함이었고, 이제는 이스라엘과 아론의 죄 사함을 위하여 중보하기 위함입니다. Brueggemann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분노와 이스라엘의 반역 사이를 모세의 기도가 유일하게 막고 있었던 것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막힌 담을 허무는 것, 이것이 중보자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모세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 모세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가운데 네 형제 중에서 너를 위하여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일으키시리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을지니라
(신 18:15)
목이 곧은 백성, 곧 우리와 거룩하신 하나님 사이에 유일한 가림막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그 선지자”, 예수 밖에는 없습니다! 예수가 죄인인 인간과 하나님 사이에 막힌 담을 허셨고, 하나님 아버지 앞에 다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곧은 목을 부드럽게 하시고, 유연하게 하시는 예수 앞에 나아갑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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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7 년 미국 영화 연구소 AFI 선정 100 대 영화 17 위에 선정됩니다. 남자 주인공 벤자민 역에는 더스틴 호프만이, 여자 주인공
일레인 역에는 캐서린 로스가 주연을 했습니다. 또한 영화 음악 OST 에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 가 영화의 격을
높였다는 평을 받습니다.
2 오마주(homage)는 프랑스어로 '존경'을 의미하는 단어로 명작에 대해서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동일한 연출을 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여기서 존경이 빠지면 ‘패러디’가 됩니다.
3 그래서 십계명 두 돌판, 아론의 싹 난 지팡이, 만난가 든 항아리를 넣어둔 법궤를 언약궤라고 합니다.
4 모세가 그들이 만든 송아지를 가져다가 불살라 부수어 가루를 만들어 물에 뿌려 이스라엘 자손에게 마시게 하니라 (출 32:20)
이것은 우상의 허무함을 보여주면 한 번 더 격멸하기 위함입니다(Ramban).
5 Craigie는 모세가 40 일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는 것은 그가 전적으로 하나님만 의지했으며, 의식주와 같은 인간의 필요를
초월한 상태였음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예수님도 40 일간 금식 했습니다. 인간이 음식을 먹지 않고 어느 정도 버틸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지 않고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모세가 거의 연속으로 40 일간 두 번이나 금식할 수 있었던 것은 초자연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생명의 근원이신 하나님 앞에서 한낱 음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사람은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것, 곧 은혜로 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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